조선biz / 2017-05-18 / 오피니언 / [기사 전문 보기]
10년 전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톱10’에는 석유회사 3개, 은행 3개, 통신회사 2개가 들어갔다. 나머지 두 자리는 GE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차지했다. 현재는 애플, 구글, MS, 아마존, 페이스북 등 5개 소프트웨어 회사가 ‘톱 5’에 올라있다. 대표적인 굴뚝 기업이었던 GE는 소프트웨어 회사로 탈바꿈했다.
자본시장의 이같은 변화는 우리에게 아주 명확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성장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엄청난 데이터를 모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은 스토리지와 데이터 프로세싱을 사용해서 개인의 신용카드 내역, 금용 거래 내역, 쇼핑 거래 내역들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들을 혁신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그 덕분에 빅데이터 산업이 빛의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은 구글 포토 서비스를 통해서 무료로 사진을 저장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이렇게 모은 사진 데이터로 가장 강력한 이미지 인식 인공지능(AI)를 만들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사진 한 장을 올릴 때마다 구글에 돈을 업로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데이터 소유권에 대한 이슈가 발생한다. 과연 개인의 데이터에서 어디까지가 개인의 소유이고, 어디부터가 사회의 소유영역이고, 데이터를 집약해서 의미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회사의 소유권은 어떻게 되는가.
구글 포토에 업로드된 사진의 소유권과 네이버 검색 히스토리는 과연 누구의 것이냐 하는 문제는 개인정보 보호 이슈와 부딪칠 수 밖에 없다. 만일 모든 정보가 개인의 소유라고 한다면, 현재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들은 더 이상 제공되지 않을 것이다.
프라이버시 보호와 데이터를 통한 혁신의 접점을 만들어내기 위한 사회적 합의, 데이터
거버넌스에 대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점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공공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기업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익명화된 데이터 또는 전체 공동체의 특성과 패턴을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생성된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접근과 활용, 관리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한국 사회가 모두 4차 산업혁명을 말하고 있지만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요체인 데이터에 대해서는 방어적인 자세로만 다루고 있다. 그로 인해 개인정보보호법에 묶여 빅데이터 산업이 좀처럼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과 여기에서 파급되는 2차, 3차 효과에 대한 이해 없이 무조건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혁신을 가로막는다면 한국은 데이터 자본주의 시대에 뒤쳐질 수 밖에 없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스냅챗에 초기 투자한 비나이 캐피탈(Binay Capital) 창업자 조나단 테오(Jonathan Teo)의 말은 우리에게 시사점을 주고 있다. “구시대의 패러다임에 갇힌 규제와 변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데이터를 독점과 축적의 개념으로만 여긴다면 새로운 기회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 산업의 소멸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려는 혁신적 창업가들은 이제 기존 산업에서 떠나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