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비즈니스리뷰 / 2019-09-04 / 김윤진 기자 / [기사 전문 보기]
Article at a Glance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가상 공간이라는 ‘빌딩’을 임대해주는 업체라면 국내 스타트업 베스핀글로벌은 각 입주 기업에 최적화된 리모델링과 이사를 전담해주는 업체다. 기업들이 기존의 낡은 시스템에서 최신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돕는 베스핀글볼의 창업자 이한주 대표는 기업의 클라우드발(發) 혁신이 가능한 이유로 ‘쓸데없는’ 데이터까지 긁어모을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데이터 저장과 인공지능(AI) 활용의 기회비용이 낮아지면서 “무슨 쓸모가 있는데?”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아도 일단 쌓아두고 보면 된다는 것. 또 클라우드는 컴퓨팅 파워를 많이 필요로 하는 산업에서 기업 경쟁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석유공사는 과거 슈퍼컴퓨터 대여섯 대를 사고 조 단위를 들여야 했던 석유 시추 시뮬레이션을 알리바바 클라우드에서 몇천억 원에 수행하게 되면서 투자액을 30∼70% 아꼈다. 이 대표는 컴퓨팅 자원을 가장 많이 쏟아붓는 산업 중 하나인 반도체, AI 역량이 핵심인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클라우드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다.
전 세계 기업들이 PC와 서버(대형 컴퓨터)를 점점 없애고 있다. 거대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의 가상 저장 공간과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기술 소프트웨어를 월정액 또는 정량제로 구매해 쓰는 게 훨씬 저렴하면서도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자체 데이터센터를 버려야 역설적으로 데이터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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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이런 기업 고객들의 선택을 받아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실현해야 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들은 불꽃 튀는 설비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마존(276억 달러), 구글(251억 달러), MS(158억 달러) 등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을 지배하는 3사가 지난 한 해 설비투자에 쏟아부은 돈만 총 685억 달러, 한화로 80조 원에 육박한다.
‘중략…’
이런 독과점 기업들의 ‘쩐의 전쟁’ 한복판에 영세한 스타트업이 뛰어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연 10조 원을 가뿐히 넘는 투자액을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어려운 일을 해낸 국내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2015년 10월 설립 4년 만에 연 매출 1000억 원을 넘기면서 임직원 850명의 회사로 성장한 B2B 정보기술(IT) 기업 ‘베스핀글로벌’이다.
베스핀글로벌을 창업한 이한주 대표(47)는 약 4년 전 ‘거인이 되지 못할 바에야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겠다’는 생각으로 기업들의 클라우드 시스템 설계와 운영을 돕는 사업을 시작했다. 아마존, MS, 구글이 가상 저장 공간이라는 ‘빌딩을’을 임대하는 업자라면 각 입주 기업에 최적화된 리모델링과 이사를 도와주는 업체를 만든 셈이다. 그리고 지난 4년간 삼성전자, 현대차, LG 등 한국 대기업부터 페트로차이나 등 중국 국영기업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까지 고객사로 확보하며 빠르게 영토를 넓혔다. 클라우드 시장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클라우드가 대세로 자리 잡을수록 시장 기회는 커졌다. 몸집을 키우느라 바쁜 거대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들이 개별 기업의 클라우드 전환 과정을 A부터 Z까지 일일이 다 도와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기업에 쌓인 서버와 데이터, 사내 규정과 보안 정책 등으로 얽혀 있는 낡은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기는 건 결코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기업의 어려움을 간파해 B2B 클라우드 솔루션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지금까지 680여 곳에 달하는 고객사를 확보했다. 베스핀글로벌이 과거 액센추어나 딜로이트 같은 기성 IT 컨설팅 기업들이 차지하던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것. 여전히 클라우드 시장에 기회가 무궁무진하며 앞으로는 클라우드를 쓰는 기업과 쓰지 않는 기업의 경쟁력 차이가 나날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 대표를 DBR이 만났다. 이제 클라우드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그로부터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최적의 클라우드를 선택하고, 이를 활용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지 들어봤다.
전 세계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오늘날 기업이 키워야 할 가장 귀중한 자산은 바로 ‘데이터’디. 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어떻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지가 기업의 생존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업이 아니다. 이전까지 쌓인 데이터가 1이라고 하면 앞으로 생겨날 데이터는 10, 100쯤 된다. 이런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하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많은 서버와 컴퓨팅 능력이 필요해질 것이다.
‘중략…’
빅데이터 분석이 기업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클라우드를 도입하다고 무엇이 달라지나.
지금까지의 빅데이터는 엄밀히 말하면 ‘빅(big)’이 아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고객들의 24시간 365일의 모든 동선이 데이터로 쌓이게 될 것이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저장 용량의 한계가 있느니 ‘쓸데없는’ 데이터까지 긁어모을 수가 없었다. 용량을 늘리는 게 전부 다 비용이니까 “이 데이터로 어떻게 돈을 벌 건데?” “무슨 쓸모가 있는데?” 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만 사업 승인이 났다. 그러나 클라우드를 도입하면 다르다. 돈이 예전만큼 안 드니까 일단 데이터를 쌓아놓고 보면 된다. 먼저 명분을 만들고 데이터를 모으는 것과 닥치는 대로 모은 뒤 인사이트를 찾는 것 중 어느 쪽에서 혁신이 일어나기 쉬울까? 당연히 후자다.
‘중략…’
기업들이 신규 시스템뿐 아니라 기존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기는 수고로움을 감수할까.
클라우드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클라우드로 이전한 기업과의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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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사인 삼성전자는 클라우드 전환으로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나.
삼성전자 가전사업부를 예로 들면, 스마트 TV가 고객과 상호작용(interaction)하는 모든 과정이 사실 데이터다. 이 데이터를 통해 고객이 삼성 TV를 시청할 때 어떤 부분에서 오작동이 일어나는지 파악하고, 해당 모델의 결함을 곧바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반영할 수 있다, 또 고객 동의하에 시청자가 TV를 몇 시간 시청하는지, 어떤 콘텐츠를 보는지 등의 정보를 수집해 고객 사용패턴과 기호에 맞는 프로그램을 추천해줄 수도 있다. 이렇게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시스템을 클라우드 시스템상에서 운영하도록 도와주는 게 우리 회사의 역할이다. 이 방대한 데이터를 관리하려면 시스템을 클라우드에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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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B2B IT 기업이 어떻게 단기간에 680여 곳의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었나.
기업의 클라우드 도입은 항상 변두리, 중요하지 않은 시스템에서부터 시작해 확신이 생기면 점점 중앙으로 퍼진다. 그런 의미에서 처음부터 욕심내지 않고, 외곽에서 작게하도 시작해 클라우드의 ㅠ용성을 입증해가는 전략이 효과적인 것 같다.
‘중략…’
화장품, 맥주 등 안정적인 소비재 기업들까지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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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잘 알고, 디지털 마케팅을 해야 한다. 디지털 마케팅을 뒷받침할 데이터를 모으는 데 클라우드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맥주 업계도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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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시스템으로 안 된다.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 같은 핵심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로 전환해 새로운 디자인, 기획, 마케팅, 생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현재 국내 기업의 클라우드 도입 현황은.
많은 국내 기업이 클라우드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내 데이터가 얼마나 클라우드로 옮겨갔는지 살펴보면 아직은 전환율이 3% 미만에 그친다. 그러나 매년 활용 분야가 100%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전환율이 1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다른 업종별로 속도에는 차이가 있다. 규제도 다르고 업종 특성상 오랫동안 써왔던 전통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한꺼번에 옮기기 어려울 수 있다. 금융이 대표적이다. 클라우드를 쓰더라도 과거 데이터베이스(DB)를 연동해야 하는데 민감한 개인 금융정보를 건드리기가 어렵다 보니 시간이 걸린다. 기종의 프라이빗(폐쇄형) 클라우드와 새로운 퍼블릭(공용) 클라우드 시스템을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가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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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보안에 대한 우려 때문에 클라우드 전환을 주저하는 것 같다.
보안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인프라 단위의 보안이 잘돼 있더라도 개별 기업의 애플리케이션이 클라우드에 올라가면서 생기는 보안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보안 체계가 더는 먹히지 않으므로 새 코드를 짜야 한다. 쉽게 설명하면 예전에는 기업의 보안이라는 게 담을 쌓아 올리는 작업과 같았다. 그러나 클라우드에는 담을 쌓을 수 없다. 남이 깔아놓은 공용 인프라에 각자의 어플리케이션을 올리는 것이지 않나. 판이 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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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기업들의 AI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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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자동차 업계가 AI 기술에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기아차, 현대차, 폴크스바겐, BMW, 재규어, 도요타 등이 모두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도요타는 1년에 10조 원씩 쏟아붓는다. 기아차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안면 및 음성 인식 기술을 적용해 운전자를 인식하고 있다. AI가 운전자의 신원이 확인되면 개인에게 최적화된 자동차 환경을 맞춤으로 세팅해주고, 확인되지 않으면 자동차의 기능 대부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또 다른 예로 산업 차량과 건설기계를 만드는 현대 건설기계도 AWS로 데이터 처리 시스템을 전환하면서 AI를 수요 예측에 활용한다. 지금까지는 주먹구구식의 수작업으로 해왔던 수요 예측을 AI 소프트웨어가 도와주면서 정확하고 빠른 예측을 바탕으로 생산계획을 세우고 적재적소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 업체들이 이렇게 클라우드에 많이 투자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현대차와 우버 중에 누가 나중에 자율주행차를 더 잘 만들까. 자율주행차를 만들려면 앞서 말한 운전자에 대한 빅데이터도 필요하고, 그 데이터를 심을 기계도 필요한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같이 가야 한다. 그런데 하드웨어는 마진율이 4~6%인데 소프트웨어는 30~50%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 제조사들은 힘들게 하드웨어를 생산했는데, 정작 이익은 소프트웨어 업체가 다 가져갈까 봐 불안해 한다. 결국, 하드웨어 업체가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진 소프트웨어 업체를 상대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클라우드 업체로 변신하는 수 밖에 없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끊임없이 데이터를 모으고, AI 혁신기술을 접목하고, 고객 경험을 혁신하고, 글로벌 업무 프로세스를 표준화해 마진율을 4~6%에서 30~50%로 끌어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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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5세대 통신)가 상용화하면서 통신사들도 클라우드에 관심이 많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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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데이터 수신 단계를 줄여주는 에지 클라우드가 왜 중요할까. 실시간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예로 들어보자. 게임은 플레이어들의 상호작용이기 때문에 버튼을 누르자마자 동시에 반응이 일어나야 하는데 중앙 클라우드를 거쳤다 오면 느려진다. 모빌리티 산업에서도 자동차가 주행하다가 오른쪽으로 갈지, 왼쪽으로 갈지 순간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데 클라우드에 갔다 오는 동안 사고가 날 수 있다. 그러니 이제는 아예 컴퓨팅 자원을 자동차, 즉 에지에 심는다. 자동차에서 데이터를 바로바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5G 클라우드가 미칠 파급력은 어느 정도인가.
전 세계를 휘어잡을 수도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우리나라가 5G를 최초 상용화했다고 하는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파고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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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게 글로벌 표준으로 정착되는 바람에 삼성전자의 무선 단말기가 뜨고 세계를 제패한 것이다. 5G 클라우드가 그다음(next big thing)이 될 것이다.
국내에 클라우드 관련 산업에 종사할 인력은 부족하지 않나.
그렇다. 대한민국에서 클라우드 혁신이 나오기 위해서는 약 30만 명의 전문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공급은 2000여 명에 불과하다. 턱없이 모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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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IT 시스템이 클라우드로 옮겨가고 있는 과도기인 만큼 인재를 키워 놓으면 이 인력들이 전 세계에서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에 인재가 많아지면 해외 기업들이 한국으로 찾아올 수도 있다. 국가의 미래를 바꿀 정도의 기회라고 본다.
비(非) 엔지니어도 클라우드를 배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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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라는 건 일상에 녹아든 것,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을 가리키기 때문에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스킬은 누구나 배우면 되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클라우드를 어떻게 도입할지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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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KT 등 토종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중략…’
아마존도 미국 정부만을 위한 단독 클라우드를 만들어줬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정부도 한국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써주고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네이버, KT 등이 정부가 요구하는 규격에 맞게 한국 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며 경험이 누적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혁신이 일어날 수도 있다.